[펌] 오마이뉴스
치열한 경기장, 선후배는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전자랜드 제이 험프리스 감독, 한국의 스포츠 문화에 쓴소리
양형석(utopia697) 기자
지난 11일 2005-2006 프로농구 전자랜드와 KTF의 경기에서 전자랜드 승리의 주역은 신인 포인트가드 정재호였다. 정재호는 신인답지 않은 과감한 플레이로 4쿼터 종반 역전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12득점 8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전자랜드에 시즌 2승째를 안겨 주었다.
경기가 끝나고 전자랜드의 제이 험프리스(43) 감독은 인터뷰에서 "포인트가드는 '코트의 감독'(Directer of the floor)이다. 포인트가드는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위치를 잡아줘야 되는데, 한국의 문화적 특성상 신인이 지시하는 것을 고참들이 싫어한다"라고 지적하면서 "정재호를 코트에서 자기가 할 일을 할 수 있는 터프한 선수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험프리스 감독은 지난 3년간 국내 농구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한국 농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이는 비단 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다.
학창 시절의 위계질서 프로까지 이어져
최근 들어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체육계는 여전히 선후배 관계가 대단히 엄격하다.
학창 시절부터 저학년 선수들은 언제나 선배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실력이 특출나게 뛰어나지 않으면 경기에 출장하는 일조차도 쉽지 않다(이는 고학년 선수들의 진로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어려서부터 이어져 온 위계질서는 실력으로만 승부한다는 프로에 와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야구의 포수, 축구의 게임메이커, 농구의 포인트가드, 배구의 세터 등 경기 중에 감독을 대신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가 신인급 선수일 경우 보이지 않는 압박감에 위축된 플레이를 보이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59) 감독은 한국 대표팀의 선후배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판단하여 선수들에게 훈련 중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성과 존칭을 빼고 이름만 부르도록 지시했다. 이 때문에 어떤 선수는 훈련이 끝나고 밥을 먹을 때도 대선배인 홍명보(36, 대표팀 코치)에게 "명보야, 밥먹자!"라고 했다가 식당이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는 일화도 있다.
2002 월드컵 때의 한국 축구 대표팀이 역대 대표팀 중에서 노장 선수들과 '젊은 피'가 가장 잘 조화된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오래 전부터 예(禮)를 중시하는 나라로 후배가 선배를 존중하는 것은 앞으로도 지켜 나가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러나 그 전통으로 인해 스포츠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사라져야 할 악습일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선배를 존중하고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이걸 내가 왜 올렸을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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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