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한 날은 항상 몸이 피곤합니다. 그러나 기다려 주는 사람들 한달에 한번 보는 사람일지라도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더구나 오늘은 한해를 마감하는 집들이까지 있지 않는가! 졸린 눈 비비며 청계산에 도착했다. 항상 늦어서 회원들에게 민폐를 끼쳤는데 오늘도 역시 지각이다. 그냥 지하철 타고 양재역에 왔으면 늦지 않았을 텐데 중간에 버스타고 온다고 수서에서 내렸다가 버스는 못 타고 다시 수서역에서 양재역에 가서 청계산 가는 오백원내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마냥 선해 보이는 버스운전기사분의 더딘 출발이 왜 그렇게 밉게 느껴지는지 어째든 버스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을 한다. 그리고 정차는 다하고 또 내리고 태운다. 나의 조급한 마음은 그 당연한 일들까지도 마음에 걸린다. 차라리 양재역에 바로 왔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현종이형에게 전화를 하니 출발을 한다고 한다. 천천히 올라가시라 말씀을 드리고 뒤따라 올랐다.
전날의 추위를 생각해서 옷을 조금 두껍게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춥지를 않다. 다행이다. 금방 일행들을 만났다. 모자를 쓴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는데 누굴까 혹시 기용이형 앤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호숙이 누님 딸인 단비란다. 벌써 이렇게 커 왔나 다시 보게 된다. 봄에 볼 때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되어서 예비대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항상 아름답게 오시는 태순선배님, 계룡산에 이어 두번 연달아 오시는, 언제나 마음 온유하신 윤윤숙형수님-참고로 우리 무역학과 전영문형님의 부인-, 학생들 가르치는데 열의를 다하는 기용이 형과 동생 기민, 그리고 우리 산악회의 정신적 힘 윤현종등반대장님, 김대영 이렇게 여섯이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청계산이 비록 아주 높고 힘든 산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고 곳곳의 경치들과 계곡이 산행길 따라 있는 곳입니다. 정상까지 가다 몇 번을 쉬고 준비해 온 음식을 먹으며 올랐습니다.
단비가 수원에 있는 농업대학교(국립)에 들어 갔고 지금 이모일 돕고 있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단비가 국립이라 무상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고 기숙사 생활이어서 부모님 부담을 많이 덜어 주는 곳에 다니게 되었다니 더욱 입학을 축하 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이 나라 농업의 기둥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상 쯤에 도착할 때 쯤 눈발이 세차집니다. 처음은 눈발이 그리 강하지 않았는데 정상에 도착하여 그 아래에서 막걸리와 커피, 단비와 윤윤숙형수님께서 준비해 온 과일들, 회비로 산 컵라면등을 먹으며 산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산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 주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몸이 지쳐 있건, 기쁘건 슬프건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안식을 줍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함이 어찌 즐겁고 기쁘지 않겠습니까? 세상 시름 잠시 잊고 크게 웃어 보는 것도 산에서는 더욱 즐겁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아래에 내려와 묵밥과 청국장, 들깨수제비에 점심을 먹고 과천국립 현대미술관으로 갔습니다. 산 아래 잡은 미술관, 커다랗게 서 있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사람형상의 조형물, 그리고 피었나 지는 검은 연꽃, 그 안에 있는 티브를 탑처럼 쌓아 놓은 백남준 작품을 감상했습니다. 벽에 조그만 타일에 그려진 삼라만상이라는 작품들 어쩌면 이 현대미술관이 삶의 모습이 주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록 좁은 공간에 인생의 모든 것을 그림에 그려 넣을 수는 없지만 탑처럼 싸여진 작품, 그리고 둥글게 나선형처럼 올라가면서 타일하나하나에 그려진 그림들 점점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공간이 이 곳의 주제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시간은 오후를 훌쩍 지나고 네시쯤 인상-경희선배님댁에 방문을 하면서 일정을 마쳤습니다.
달수형과 승배형, 아이를 낳은 성호-은선부부, 92로 새롭게 떠오르는 양규, 산행일원들 자리를 꽉채우고 맛나게 준비하신 음식들을 먹으며 한해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저는 중간에 약속이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왔습니다.
금일 산행에는 조성호형과 형의 아이들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항상 참여했는데 축구를 하다 조성호형께서 무릎을 다치셨다고 합니다. 빨리 쾌유하기를 바라며 더 많은 민주동문회 회원들께 함께하는 산악회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한해 동안 민동산악회를 지켜 봐 주신 민주동문회 및 가족분들,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민주동문회사무국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김 대 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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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