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계룡산의 3대 사찰로는 흔히 동쪽에 동학사, 북서쪽에 갑사, 남서쪽에 신원사를 꼽는데, 동학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의 동학승가대학이 있고 15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과 포교의 교육을 받고 있다.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상원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행하다가 제자인 회의화상이 스승의 사리탑을 세워 절을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 태조 3년(920)년에 도선국사가 왕명을 받아 중창했는데, 그후 영조 4년(1728)에 병화로 사원이 전소되었다가 조선 순조 14년에 금봉화상이 중건하였다.
전각으로는 대웅전과 삼성각, 범종각, 조사전, 육화당, 숙모전 등이 있는데, 대웅전 오른 편의 삼은각은 고려 유신인 야은 길재가 단을 쌓고 고려태조와 충정왕, 공민왕의 초혼제와 정몽주의 제사를 지낸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조선 세조 3년(1457)에는 매월당 김시습이 삼은각 옆에 단을 쌓아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내고 단종의 제단을 마련했는데 이듬해 세조가 동학사를 찾았다가 여기에 초혼각을 짓게 했고 고종때 ‘숙모전’으로 개명되었다.
예전에는 동학사에서 갑사쪽으로 넘어가는 등산로와 갑사에서 동학사쪽으로 넘어가는 등산로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동학사에서 은선폭포를 지나 신원사로 가는 등산코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동학사에서 남매탑(오뉘탑)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산행길을 이룬다.
동학사 앞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남매탑과 금잔디고개를 거쳐 갑사까지 4.7㎞다. 왼쪽으로 가면 남매탑을 거쳐 다시 동학사로 내려올 수 있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가는 코스에는 남매탑이 있는데, 기록에는 ‘청량사지 5층석탑’과 ‘청량사지 7층석탑’으로 기록돼 있고 각각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남매탑에는 애절한 전설이 전한다.
한 스님이 위기에 처한 호랑이의 목숨을 구해 주자, 그 호랑이가 보은의 뜻으로 속세의 한 처녀를 그 스님에게 물고 왔다.
처녀는 스님과 백년해로하려 했으나 구도에 뜻을 둔 스님은 이를 허락치 않았고, 처녀의 아버지는 처녀에게 스님 곁에서 일생을 보낼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이에, 스님과 처녀는 남매의 연을 맺고 불도를 닦으며 평생을 오누이로 살았다는 전설이다.
동학사에서 남매탑을 거쳐 금잔디고개를 넘어서면 용문폭포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따라 갑사로 갈 수도 있다.
동학사에 내려와서 동학사 주차장까지는 계곡 옆으로 느티나무들이 즐비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가을빛을 머금은 나무들에 한껏 정신이 팔리기도 할 만하다.
[계룡산]
  
계룡산은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높이 845m의 산으로, 닭을 뜻하는 ‘계(鷄)’와 용을 나타내는 ‘용(龍)’을 붙여 ‘계룡’이라 했는데, 산능선과 봉우리의 모양이 마치 닭벼슬을 쓴 용의 모습처럼 보여 이같이 이름지었다 한다.
계룡산은 4계절 언제라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명산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하는 꽃의 산으로, 여름에는 구비구비 흐르는 시원한 계곡과 신록으로, 가을에는 누구라도 찬탄의 한 마디 정도 터트릴 것 같은 붉은 단풍으로, 그리고 겨울에는 눈쌓인 천황봉, 삼불봉, 연천봉의 설경으로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바로 계룡산이다.
사계절 꾸미기를 달리 하는 계룡산의 모습도 좋지만 계룡산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계룡 8경’이다.
1경은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의 일출이고, 풍수상의 주봉인 삼불봉에 눈이 내린 설경은 2경에 속한다.
또한 신원사계곡과 갑사계곡을 가르고 서 있는 연천봉의 낙조가 계룡 3경이요, 관음봉 정자에서 바라보는 운해가 계룡 4경이라 했다.
그리고 동학계곡의 신록과 갑사계곡의 단풍, 동학사계곡의 상류에 있는 은선폭포의 운무와 남매탑(청량사지석탑)에 걸린 밝은 달이 계룡 5경부터 8경까지이다.
계룡 8경은 계룡산의 동쪽에서 서쪽까지 한 해를 보내면서 둘러 보아야 모두 볼 수 있는 진기한 장관이기도 하다.
[등산코스]
1. 동학사-남매탑-동학사 : 3.4km / 3시간 30분 소요
2. 동학사-남매탑-금잔디고개-용문폭포-갑사 : 4.7km / 3시간 소요
3. 동학사-은선폭포-관음봉-연천봉-신원사 : 6km / 3시간 30분 소요
4. 동학사-삼불봉-자연성능-관음봉-동학사 : 6.6km / 4시간 소요
5. 갑사-연천봉고개-고왕암-신원사 : 5.1km / 3시간 3분 소요
계룡산에서 나와서 유성IC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길을 되짚어 가면 유성시외버스터미날을 지나서 왼쪽으로 유성온천지구가 나타난다.
갑사로 가는 길
이상보
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대충 절주변을 살펴보고 갑사(甲寺)로 가는 길에 오른다.
산 어귀부터 계단으로 된 오르막길은 산정(山頂)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없어 팍팍한 허벅다리만 두들겼다. 그러나 지난 가을에 성장(盛裝)을 벗은 뒤 여윈 몸매로 찬 바람에 떨었을 나뭇가지들이, 보드라운 밍크 코트를 입은 듯이 탐스러운 자태로 되살아나서 내 마음을 다사롭게 감싼다.
흙이나 돌이 모두 눈에 덮인 산길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우리들은, 마치 북국의 설산이라도 찾아간 듯이 아취(雅趣)에 흠씬 젖는다. 원근을 분간할 수 없이 흐릿한 설경을 뒤돌아보며, 정상에 거의 이른 곳에 한일자(一字)로 세워 놓은 계명정사(鷄鳴精舍)가 있어 배낭을 풀고 숨을 돌린다. 뜰 좌편가에서는 남매탑이 눈을 맞으며 먼 옛날을 이야기해 준다.
때는 거금(距今) 천사백여 년 전, 신라 선덕 여왕 원년인데, 당승(唐僧) 상원(上原) 대사가 이 곳에 와서 움막을 치고 기거하며 수도할 때였다.
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천지를 요동(搖動)하는 어느 날 밤에, 큰 범 한 마리가 움집 앞에 나타나서 아가리를 벌렸다. 대사는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은 채 염불에만 전심하는데, 범은 가까이 다가오며 신음하는 것이었다. 대사가 눈을 뜨고 목 안을 보니 인골(人骨)이 목에 걸려 있었으므로, 뽑아 주자, 범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그리고 여러 날이 지난 뒤 백설이 분분하여 사방을 분간할 수조차 없는데, 전날의 범이 한 처녀를 물어다 놓고 가 버렸다. 대사는 정성을 다하여, 기절한 처녀를 회생시키니, 바로 경상도 상주읍에 사는 김 화공(金和公)의 따님이었다. 집으로 되돌려 보내고자 하였으나, 한겨울이라 적설(積雪)을 헤치고 나갈 길이 없어 이듬해 봄까지 기다렸다가, 그 처자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전후사를 갖추어 말하고 스님은 되돌아오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김 처녀는 대사의 불심에 감화(感化)를 받은 바요, 한없이 청정한 도덕과 온화하고 준수한 풍모에 연모의 정까지 골수(骨髓)에 박혔는지라, 그대로 떠나 보낼 수 없다 하여 부부의 예(禮)를 갖추어 달라고 애원하지 않는가? 김 화공도 또한 호환(虎患)에서 딸을 구원해 준 상원 스님이 생명의 은인이므로, 그 은덕에 보답할 길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며, 자꾸 만류(挽留)하는 것이었다.
여러 날과 밤을 의논한 끝에 처녀는 대사와 의남매의 인연을 맺어, 함께 계룡산(鷄龍山)으로 돌아와, 김 화공의 정재(淨財)로 청량사(淸凉寺)를 새로 짓고, 암자(庵子)를 따로 마련하여 평생토록 남매의 정으로 지내며 불도에 힘쓰다가, 함께 서방 정토(西方淨土)로 떠났다. 두 사람이 입적(入寂)한 뒤에 사리탑(舍利塔)으로 세운 것이 이 남매탑이 요, 상주(尙州)에도 이와 똑같은 탑이 세워졌다고 한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탑에 얽힌 남매의 지순한 사랑도 끝이 없어, 탑신(塔身)에 손을 얹으니 천년 뒤에 오히려 뜨거운 열기가 스며드는구나!
얼음장같이 차야만 했던 대덕(大德)의 부동심과, 백설인 양 순결한 처자의 발원력, 그리고 비록 금수라 할지라도 결초심(結草心)을 잃지 않은 산중 호걸(山中豪傑)의 기연이 한데 조화를 이루어, 지나는 등산객의 심금을 붙잡으니, 나도 여기 며칠 동안이라도 머무르고 싶다.
하나, 날은 시나브로 어두워지려 하고 땀도 가신 지 오래여서, 다시 산 허리를 타고 갑사로 내려가는 길에, 눈은 한결같이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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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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